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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널, 박경수입니다"

미국 대선의 변수는 '계승자의 딜레마(dilema)'

"미국 대통령선거의 주요 변수로 이른바 '계승자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어요. 한마디로 부통령 출신의 여당 대선 후보가 겪는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현직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함께 해왔기에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해야하는 만큼 변화와 참신함을 기대하는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얻기가 쉽지않다는 뜻이죠. 바이든과 함께 해온 해리스는 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MBC 뉴스 캡처(07/22)

부통령에서 대통령에 도전한 닉슨`험프리` 앨 고어 패배

"미 역대 대선에서 부통령 프리미엄으로 출마하는 여당 대선후보는 대부분 고배를 들어야했어요. 공화당 리처드 닉슨은 아이젠하워 재임 당시(1953~1960) 8년간 부통령을 했지만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에게 패했지요.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 재임 당시(1963~1968) 부통령을 했던 험프리는 196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닉슨에게 집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클린턴 재임 당시(1992~2000) 부통령을 했지만 공화당 부시(아들)에게 패하지요. 플로리다에서 검표에 재검표를 거듭했던 역대급 치열한 미 대선 기억하실꺼예요. 이 모두 '계승자의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죠.

부시(아버지)만이 부통령에서 대통령에 올라

다만 유일한 예외가 있어요. 1988년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아버지).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1981~1988) 8년간 부통령을 한 뒤 여당의 대선후보로 당선된 경우죠. 당시 대선 캠페인은 유례가 없는 네거티브로 일관돼, 최악의 선거 캠페인으로 비난을 받았어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는데, '계승자의 딜레마'를 무색하게하는 부시 캠프의 흑색 선전에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부시(아버지)는 연임에 실패한 몇 안되는 단임 대통령으로 기록됐지만, '계승자의 딜레마'를 극복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남았어요. 혹자는 바이든도 부통령이었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 있는데, 바이든은 민주당 오바마 재임 당시(2009~2016) 부통령을 했지만, 공화당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던 2020년 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니 다른 케이스예요."

 

총격 직후 트럼프의 모습(퓰리처상을 수상한 부치 AP 사진기자 촬영)

 

부통령 해리스

 

 

'계승자의 딜레마'가 미 대선의 변수가 될까?

"그럼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는 '계승자의 딜레마'가 변수가 될까요? 아직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바이든이 지지한 부통령 해리스의 후보 가능성이 높아보이기에 하는 얘기예요. 해리스가 바이든의 정책을 뒤짚을 가능성은 없어보이지만, 젊은 여성 유색인종 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많아 유권자에게 바이든의 계승자로 보이지않을 수 있지요. 하지만 트럼프의 상승세가 만만치않다는 점에서 예상이 쉽지않네요. 아무튼 역대급 다이나믹한 미 대선의 양상이기에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습니다. 사상 처음이었던 후보 확정전 대선후보 토론회(CNN 6.27.)를 시작으로 야당 대선후보인 트럼프에 대한 암살 미수(펜실베니아 7.13.),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7.22.).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어요!!"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어디로?

"우리가 미 대선정국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무엇보다 미국의 향후 한반도 정책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제가 2018년 당시 언론인으로 썼던 칼럼이 아직도 유효하지 않을까 싶군요."( 아래 글 '아침저널 박경수입니다' 183p~185p)

 

 

닉슨과 트럼프 그리고 한반도 [2018.04.22. 칼럼]

미국의 민주주의를 거론할 때면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제37대 대통령 닉슨(Richard Nixon)이다. 1960년 케네디와의 첫 TV 토론으로 미 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정계은퇴와 복귀를 통해 대권을 장악하는‘닉슨 플랜’이라는 대선전략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1968년, 사실상 30여년만의 공화당 정권교체로 불리는 대선에서 이겼다. 하지만 대중적이지 못했고 언론에게는 꽤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펜타곤 게이트(1971)’에 이어 ‘워터게이트(1972)’로 재임중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특히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과 수정헌법 제1조 ‘표현의 자유’를 놓고 다투는 상황은 지난달 개봉한 영화 ‘더 포스트(The Post)’에 잘 담겨져있다. 그렇다고 닉슨의 업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핑퐁외교’로 알려진 중국과의 관계개선은 외교 치적으로 꼽힌다. 파리 평화협정을 통한 미군의 베트남 철수도 마찬가지다. 모두 ‘워터게이트’에 묻혀버렸지만 말이다.

닉슨만큼 언론과의 관계가 좋지못한 이가 바로 현직 대통령 트럼프(Donald Trump)다. 미 언론은 우리나라와 달리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수 있는데, 지난 대선 당시 대부분 힐러리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가짜뉴스’로 규정지으면서 트위터(twitter)를 통해 맞섰고 그 전선(戰線)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항간에는 트럼프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을 성토해 주가를 떨어트리는 것이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문제는 대중들의 평가다. 지난해 11월 공화당의 텃밭 앨라바마에 이어 지난달에는 러스트 벨트, 펜실베니아 연방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를 고민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여론의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보인다.

대중적인 인기가 없고 언론과의 소통도 부족한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노리는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하지만 군사적 성과보다 외교적 성과를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다. 특히 그 전략이 담아낼 수 있는 역사적인 여지가 충분하다면 의미가 크다. 닉슨이 첫발을 디딘 중국과의 관계는 7년후 다음 대통령인 카터 재임시 미·중 수교로까지 발전했다. 트럼프가 시작하려는 북한과의 대화가 훗날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는 그 궁금함이 너무도 절실한 현실적 과제다. 성추문에 휩싸였어도 트럼프에 대한 평가와 기대가 커지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http://news.bbsi.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6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