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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기자의 취재수첩& 칼럼/2011년 취재수첩& 칼럼

1천년만에 주목받는 백두산(白頭山)


 꼭 한번 가보고싶은 산이 있다. 한반도에서 제일 높은 산, 백두산이다. 그 이름의 연원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얘기가 많지만, 아무튼 그 정상에는 화산폭발 뒤 용암이 부서져 쌓인 하얀 부석층이 꽤 두껍게 쌓여있다고 한다. 흰머리(白頭)를 연상케하는 것이다. 우리 건국신화인 단군신화(檀君神話)의 무대 태백산(太白山)은 곧 백두산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의 뿌리인 것이다. 애국가 첫 소절에 등장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백두산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쏠리는 관심은 그 폭발 가능성 때문이다. 백두산은 오랫동안 휴화산(休火山)처럼 여겨졌지만 사실은 활화산(活火山)이다. 과거에 분화한 적이 있다는 뜻이다. 가깝게는 100년쯤전인 1903년에 폭발이 있었다. 또 조선왕조실록에는 1668년과 1702년에도 백두산이 폭발해 함경도 일대에 화산재가 쌓였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거슬러올라가면 10세기초 대폭발이 있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리 역사서에 기록된 바는 없지만 일본 사서에는 추론할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다. ‘일본기략’에는 “939년 1월 먼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우르릉하는 큰 울림이 있었다”고 기록돼있다. 한일 양국 학자들의 연구로 그 즈음에 화산폭발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른바 ‘백두산 대폭발’의 추정이다. 아직까지 학계에 정설로 인정되진않고 있지만 서서히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백두산이 당시 발해의 영토였고 발해의 멸망 원인이 명확하지않은만큼 화산폭발이 멸망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거기까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해보이지만, 당시 대폭발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

 백두산이 10세기초 폭발할 당시 분출된 화산재는 150㎢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화산의 분출물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로 두달 가까이 유럽의 항공기 운항이 큰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 분출된 화산재가 0.1㎢ 정도였다. 비교해보면 1천년전 백두산 대폭발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를 추론할 수 있다. 용암가스와 화산재는 인근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으로 분석돼있다. 우리가 몰랐던 백두산의 잠재적인 위험성인 것이다.

 그 백두산에 몇 년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온천의 수온이 올라가고 나무가 말라죽고 약한 지진이 빈발하고 뱀떼가 출현하기도한다. 대폭발의 전조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면밀한 조사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 대지진에서 보듯, 미리 대비했다는 일본도 가공할 천재(天災)에 속수무책이었다. 남북 민간 전문가들의 회의가 그래서 중요하다.[4/8(금) BBS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