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사람의 낯이 익을 때 다들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면서 자신의 과거 동선을 되짚어보게되지요. 인간의 기억이 꽤 정교하고 오래가니까요. 특히 총명했던 젊은 시절, 잠재된 기억은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게 40년전 잠재된 기억을 떠올리게된 최근 만남이 있었답니다.”

“지난 현충일은 초등학교 동문회의 등반 모임이 있었어요.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신석초등학교. 제 모교예요. 1979년 13회 졸업생.^^ 지난 1월말 동문회 신년회에 처음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번에는 산행에도 함께 하게된 것이지요. 불광역 2번 출구 건너편 녹번 파출소 앞이 집결지였어요. 일찌감치 가서 선배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신년회에 이어 두 번째 뵌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낯설기는 여전했어요. 다만 낯익은 선배 한 분이 제게 이름을 밝히며 인사를 청해 반갑게 얘기를 나누었지요. 지난 선거 과정에서 한 성직자의 소개로 온라인으로 소통해온 영향이었는데,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는 첫 만남이었지만 낯익은 얼굴이 내심 의아함을 키웠다는거예요. 더군다나 그 선배는 올초 신년회에는 손을 다쳐 참석하지 못했고, 거주지도 은평구여서 마포에 사는 저와 길에서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 이유는 북한산에 오르면서 풀려나가기 시작했지요. 언제쯤 어디선가 활동공간의 교집합이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과거를 복기하다보니,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신촌의 한 서점에 계셨던거였어요. 제가 대학생이 된 1985년부터 1988년까지 ‘ᄋᆞᆯ서림’이 그 선배의 직장이었던거지요. ‘ᄋᆞᆯ서림’은 80년대 연세대 앞 대표적인 사회과학서점이었어요. 지난주 국회의장이 된 우원식 의원이 운영할 때는 직원으로, 그 후에는 1년간 사장을 하시기도 했더라고요. 그러니 거기서 저와 얼굴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겠죠. 역사를 전공한 저로서는 당시 ‘ᄋᆞᆯ서림’에서 꽤나 책을 샀던 기억이 있어요. ‘ᄋᆞᆯ서림’만의 독특한 책 포장지가 떠오르네요. 저도 말이 많지않고 선배 역시 그런 스타일이었던거 같애요. 책을 사면 포장지에 싸주고 계산해주면서 서로 잠시 마주쳤던거죠. 그 잠재의식이 40년 세월의 무게를 넘어섰던 거예요. 그야말로 인연의 깊이를 느끼게됩니다.”

“그 선배님은 당시 타대학 제적생이었더라고요. 전두환 정권의 폭압속에 제적돼 ‘ᄋᆞᆯ서림’에서 일하다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복학해 졸업했고, 이후 대학의 협동조합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정년을 마치셨어요. 오늘이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네요^^ 선배가 저보다 6년 위니까 신석초등학교 7회이신건데, 7회 선배님들과 한결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어요. 올 가을에는 신석 교정에서 동문 체육대회가 예정돼있다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과연 어떤 재미와 인연이 펼쳐질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참고하세요
신석초등학교 13회 졸업생(1979년)
"어제 오전에는 예비후보로서 신석초등학교를 찾았어요. 졸업식이 예정돼있어서 모교로 향한 것이죠. 집에서 가깝다보니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자주 지나치는 학교지만, 모교라고 생각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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