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이 하루 하루 다가오고 있어요. 마지막 11차 변론을 끝으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놓게되니까요. 비상계엄이 헌법에 위배되는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계엄 선포의 절차부터 국회 의결을 저지하려고 했던 것 등등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큼 많지요. 이미 헌재 변론에서 다들 확인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더 충격을 주는 것은 윤석열의 '거짓말'이 시종 일관 계속돼 왔다는 거예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세간의 얘기가 나돌 정도지요. 내일(25일, 화요일) 윤석열의 최후 진술에 현혹되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검찰개혁'하겠다며 검찰총장 올라...희대의 거짓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검찰총장에 오르면서부터죠. 박근혜 탄핵 이후 적폐수사를 이끌었던 과거 이력이 힘이 되기는 했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검찰 수장으로 발탁된 뒤 오히려 문 정부와 정면으로 맞서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니까요. 정권의 명제였던 '검찰개혁'을 놓고 조국, 추미애 등 법무부장관과 사생결단의 일전을 벌이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에 픽업이 된 거잖아요.
그런데 애초 검찰총장이 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어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예요. 검찰총장 후보들은 모두 검찰개혁에 부정적이었지만, 윤석열만은 검찰개혁을 해야한다고 답했다는 거예요.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희대의 거짓말이지요.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정권의 검찰총장이 되자마자 곧바로 안면을 바꾼 셈이예요. 대권을 거머쥔 뒤에 '공정과 상식'을 내팽개친게 이해가 되지요. 대통령이 되기 위한 거짓말을 이어간 것이니까요. 문 전 대통령도 일찍이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뒤늦게 안타까움이 큽니다. 0.73%p의 표차에 불과했기에 더 그렇지요. 검찰총장이 되서는 안될 검사가, 대통령이 되서는 안될 대선 후보가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시켜 그 자리에 오른 거예요. 그러다보니 자기 가정사를 이유로 내란을 도모하는 역사의 반역을 저지른거구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겨레신문 인터뷰(mbc 뉴스 캡처)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윤석열 파면이 다가올수록 뿌듯해져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이 다가올수록 지난 대선 당시의 기억이 새롭네요.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제가 BBS 재직시 직·간접적으로 취재한 대통령선거가 모두 여섯번이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게 지난 대선이거든요. 보도국장의 중책에다 시사프로그램 앵커의 무게감이 커서 그랬던거 같애요. 특히 방송 기조를 보수적인 흐름으로 끌고가려던 사장과 중도(中道)를 유지하려던 저와의 갈등이 만만치않았어요. 당시 사장은 지난해 KBS 사장에 도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파우치 사장에게 밀린거 같구요. 아무튼 지난 2022년 대선은 힘들었던 만큼 기억이 생생하고 그래서 잊혀지기 전에 책으로 그 기억을 남기게된 것인데, 헌재 결정이 다가올수록 뿌듯해지네요. '따뜻한 언론인의 방송 시련'(성한용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역사의 기록'(성경환 전 TBS 대표) 선배들의 평가도 떠오르구요. 인과응보(因果應報) 사필귀정(事必歸正)이예요.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아침저널, 박경수입니다"(p70~P76) 29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마감하며...
<박경수의 아침저널>은 유무형의 어려움속에서도 영향력을 이어갔다. 보도국장 직함이 없어도 앵커가 바뀌지 않은 만큼 프로그램 이름이 바뀔 수는 없었고, 대선이 깊어갈수록 프로그램을 인용한 정치 기사가 거의 매일 픽(PICK)에 내걸렸다. 정치인들의 출연 러쉬가 이어지는 가운데 송영길-이준석, 여야 대표들은 단골 출연자였다. 특히 송 대표의 발언은 퍽 공격적이어서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를 정면으로 겨냥했고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와의 갈등 속에서도 김 씨를 옹호했다.
방송과 관련해 가장 아쉬운 것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후보와의 인터뷰가 성사되지 못한 부분이다. 윤 후보는 방송 인터뷰에 인색했다. 워낙 설화(舌禍)가 많았던 후보인데다 생방송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막판 대추격에 나서면서 지방 유세도중 인상적인 생방송 전화인터뷰(2022.02.24.)를 가졌는데,‘통합정부’라는 승부사적 메시지를 던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후보를 상대로 대장동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일부 반론이 있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김만배씨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사석에서 말한 적이 있다. 과거 법조 기자실에서 여러 차례 유혹을 경험했던 당사자로서는 미래의 5년을 맡겨야하는 중차대한 대통령선거가 불확실한 의혹으로 끌려다녀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나는 대선이 끝나면서‘시즌Ⅱ’마무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0.7%p라는 근소한 표차 때문인지,‘시즌Ⅱ’의 생명은 지방선거까지 연장됐다. 다행인 것은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선거라도 이긴 것인데, 이는 특정 정당의 승패를 염두에 뒀다는 의미가 아니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뜻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무소속 강용석 후보와의 인터뷰(2022.05.25.)를 선거 막판에 힘겹게 성사시킨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김은혜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이 사실상 무산됐음을 보여주는 인터뷰였기에 그렇다. 하지만 실제 방송 인터뷰는 불발될뻔 했다. 당일 1부에서 강 후보와 전화연결이 안돼 당황을 했지만, 청취자들이 인터뷰를 희망하면서 마지막 3부에 어쩌면 솔직한 인터뷰가 이뤄지게됐다. 얼마전 당시 청취자 한 분이 SNS를 통해 강 후보와의 당일 인터뷰가 기억난다는 글을 보내 과거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튼 국민의힘 압승이 예상되던 지방선거를 2주 앞두고 내게는 앵커 교체가 통보됐다.
결국 2022년 6월1일은 지방선거일이자 내 마지막 방송일이 됐다. 클로징 음악은‘비긴 어게인(Begin Again)’의 OST‘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2년전‘시즌Ⅱ’를 시작할 때 틀었던 곡. 그 곡과 함께 <박경수의 아침저널>은 막을 내렸다. 나는 이튿날부터 연차를 포함한 긴 휴가에 들어갔고 더 이상 방송국에 출근하지 않았다. 사장은 형식적으로라도 사직을 만류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 사표는 수리됐다. 1994년 7월 시작된 언론인 생활은 이렇게 29년만에 마무리됐다. 이제 나의 과제는 건강과 여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