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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널, 박경수입니다"

도화동의 정겨운 '옷 수선' 사랑방

"마포에 57년간 살았다고 얘기하는 '마포의 아들'이지만, 낯선 길이 있더라구요. 더군다나 도화동은 30년 직장이었던 BBS불교방송이 있는 까닭에 왠만한 상점이나 음식점은 쉽게 찾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어요. 소개를 받아 물어물어 찾아갔지요. 어렵게 찾아간 곳은 요즘은 찾기 힘든 정겨운 사랑방이었답니다. 문을 열고 인사를 할 때부터 시작된 웃음꽃이 30분 동안 끊기지않았어요^^"

왼쪽에 엄지를 치켜든 분이 사장님 이 모 여사(도화동 옷 수선점)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길쭉한 선반에 미싱과 다리미 그리고 옷가지. 그 선반 주변에 앉아계신 분은 8명. 사장님은 기다렸다는듯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앉아계신 8분도 함께 기다렸다는 듯 박수라도 쳐주실 태세였어요. 도화동 옷 수선점의 첫 표정이죠. 인사만 드리고 나오려던 마음은 스러지고 믹스커피를 마시며 저도 자리를 잡게됐어요. 사장님은 인근에 사는 분들이 언제든 지나치다 들른다고 하셨어요. 차도 마시고 추위도 녹이고 수다도 떨고 뜨개질도 하고 스마트폰으로 오락도 하고 그냥 멍때리기도 하면서 쉬어가는 정겨운 사랑방이었던거예요. 위 사진에서 보면 그 상황이 충분히 그려질꺼예요. 공간이 그리 넓지않아 앉을 수 있는 의자는 8개 남짓. 새로 한명이 들어오면 한명은 나간다고 했어요. 재미있죠?ㅋ 자리가 없으니 사장님 부군은 서서 계셨어요. 한 분은 사진을 찍어주시느라 사진에서는 안보여요. 잠시 뒤 마을버스 기사 한 분이 들어오자 조용히 한 분이 나가셨어요. 기사님은 줄어들던 웃음을 다시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셨죠. 일을 마치고 한잔 걸친 뒤 귀가길에 들르신거 같았어요.

사장님은 생업인 옷 수선과 함께 지역의 안전을 위해서도 일하고 계셨어요. '어머니 폴리스' 대장이라고 소개하며 사진도 보여주셨죠. 14명이 함께 하시는데, 인근 불량 학생들을 선도하고 지역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을 하시더라구요. 공덕동 '며느리 봉사단'이 떠올랐어요. 마포에는 조용히 이웃을 위해 일하는 우리 이웃들이 적지않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됐지요.

21세기 서울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정겨운 사랑방'이 도화동 ** 아파트 상가에는 있답니다. 거기에는 따뜻한 사장님과 더 따뜻한 이웃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앉을 수 있는 인원은 8명이예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