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그 첫 모의재판을 지켜보고>
9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30대 여성이 내연남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사와 변호인이 각각 법정의 좌우측에 자리했다. 하지만 검사석 뒤편에 낯선 자리가 마련돼있었다. 그동안 국내 법정에서는 볼 수 없던 자리였는데, 바로 배심원석이었다. 일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 12명이 검사 뒤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첫 모의재판은 그렇게 시작됐다.
국민참여재판제도는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여부와 양형을 판단하는 제도다.
형사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원하면 가능하다. 지난 4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배심원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는 미국의 배심원이 직접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반면 우리의 배심원은 재판장 판결을 도우며 감시하는 역할이다. 배심원 평결이 재판장 판결을 구속하진않지만 만일 재판장이 배심원 평결과 다른 판결을 내릴 경우 그 이유를 배심원들에게 설명해야한다. 이를 법률용어로 권고적 효력을 가진다고 하는데, 배심원이 재판장의 보편적인 판결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배심원들은 이날 모의재판에서 피고에 대해 8대 1로 유죄 판단을 내렸다. 또, 전문가들의 도움속에 양형 논의를 거쳐 15년을 선고해야한다고 결정했다. 재판장도 배심원 평결과 같은 징역 15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9시간에 걸친 첫 모의재판는 그렇게 끝났다. 이날 모의재판은 사실 국민참여재판의 취지와 실제 과정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는데, 그 효과는 목적에 미치지 못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뉴스가 쏟아졌다. 대통령 선거를 100일 앞둔 정치 관련 기사에다 변양균, 신정아씨 사건이 크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관심이 낮은 제도가 언론의 주목까지 받지 못하면서 사법부의 고민이 커졌다. 국민참여재판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배심원의 선정과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모의재판에서 드러났듯이 일반인들의 관심이 저조해 배심원 선정, 결정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 모의재판이 올해 말까지 전국 지방법원에서 10여차례 더 마련된다고 하는데, 국민적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