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기자의 취재수첩& 칼럼/2009년 취재수첩& 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을 앞두고 두달전쯤 한 조찬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연사는 중앙대 음대 노동은 교수였다. 간간히 피아노를 연주하며 들려주는 이야기가 퍽 흥미로웠다. 전날 과음에 술이 덜깬 상태였지만 뭔가 귀담아 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을 키운 테마였다. 초등학교 음악의 대표격이었던 ‘학교종이 땡땡땡’이 일본의 곡조였다는 설명이며, ‘쎄쎄쎄 아침바람 찬바람에’로 시작되는 동요가 사실은 일본의 유명한 동요라는 지적이며,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영씨의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까지,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뿌리깊은 왜색음악에 대한 성토였다. 이같은 논란은 여간해서 잦아들지않는다. 분야별 시기별로 정도를 달리하고 있을 뿐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 과거사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해방.. 더보기 아름다운 미술 작품의 비애(悲哀) 지난 2007년 법조에서 취재할 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미술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그 방면에 문외한이었던 나를 곤혹스럽게했다. 신정아 사건과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 모두 미술품이 거론됐다. 당시 사진작가인 황규태씨는 전자의 사건으로 인해, 팝아티스트인 리히텐슈타인은 후자의 사건으로 인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행복한 눈물’은 왠만한 카페에 내걸릴 정도로 인기있는 작품이 됐다. 정상적이진 않지만, 우리 사회의 미술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는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그 이후 미술품을 꽤나 밀도있게 바라보게됐다. 그래서인지 지난 7월 방문한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박물관 작품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걱정은 최근들어 내게 미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로비의혹이.. 더보기 술자리를 부끄럽게 하는 ‘작은 정성’ 가을이 깊어가면서 어느새 바람도 차가워졌다. 차가운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하고 몸을 움츠려들게한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마음을 녹일 정(情)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연말 송년회에 앞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술 한잔 나누는 것도 이맘 때이다. 뒷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따뜻한 자리이다. 하지만 최근 개운치않은 술자리 하나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하고 있어 안타깝다. 촌지(寸志)의 사전적 의미는 ‘작은 정성’,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대상이 선생님이나 언론인으로 예시돼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의 사표(師表)에게 주는 작은 정성으로 적시돼있는 것인데, 아마도 과거에 서당에서 훈장님께 갖다드리던 조촐한 음식이 그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 그 역사를 알기 어렵지만 과거의 아름다운 .. 더보기 가을의 화두,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 예로부터 가을은 풍요로움이다. 추수를 마치고 곳간 가득히 쌓이는 곡식과 함께 인심도 풍성해진다. 글을 가깝게 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등화가친이 가을을 상징하게되고 문화행사가 이 시절에 집중되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이다. 빠듯한 살림살이에 신종플루에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때이지만 그래도 가을이다. 올 가을에 난 여럿을 만났다.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끈끈한 인간애까지. 제주도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한 미술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폐교를 개조해 만든 것인데, 바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그리 넓지않은 단층건물에 고인이 20년 동안 담아온 사진들이 전시돼있었다. 들녘과 오름, 바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자연의 소중함이 그대로 녹아있.. 더보기 한가위와 사제지정(師弟之情)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는 고귀한 가치가 여럿있다. 그 중에서도 스승에 대한 존경과 제자에 대한 사랑은 時空을 뛰어넘는 따뜻한 가치중의 하나일 것이다. 올 가을 師弟之情이 새삼 세인들에게 회자되는 것도 그 가치의 소중함 때문이 아닐런지.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운찬 국무총리는 父子 못지않은 師弟之間이다. 지난 1968년 10년간의 미국 유학을 끝내고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40대 교수와 20대 경제학도의 만남 이후 40여년을 이어온 因緣이다. ‘아버지같은 선생님’으로 칭하는 정 총리의 표현이 그리 지나쳐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군다나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즈의 ‘일반 이론’은 오랜세월 그 둘을 이어온 학문적인 끈이었다. ‘잘못된 관치’와 ‘시장 만능주의’를 뛰어넘어 정부의 적절한 개입에 대.. 더보기 조순, 이회창 그리고 정운찬 이른바 ‘민주화시대’ 이후 정치권에 영입된 외부인사들은 한결같이 신선하고도 전문성을 갖춘 덕망있는 인사들이었다. 기성 정치인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탈(脫) 여의도’ 요구를 받아들인 만큼 인기도 좋았고 그래서 선거국면에서 유리했다. YS가 영입한 이회창, DJ가 영입한 조순. 兩金씨가 공들여 정치권에 불러들인 대표 외부인사들이다. 모두 경기고,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로 각기 대법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거친 당대 최고 인물들이었다. 특히 소신을 갖춘 반골기질은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 표심을 얻기에 충분했다. 1995년 초대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 중국 宋代 청백리의 상징 포청천이 그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였다. 이듬해인 1996년 여당 선대위 의장으로 총선을 지휘한 이회창. 대쪽 대법관과 감사원장의 후.. 더보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한국 현대사의 거목,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사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기보다는 역사의 한페이지를 남겼다고 봐야겠죠. 민주주의와 남북통일을 향한 86년의 세월이 굴곡많았던 한국 현대사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일기를 통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이제 남은 후배들의 과제는 힘들게 전진해온 우리 선대의 역사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는 한차원 높은 민주주의를 바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훈이라는 생각입니다. 고인의 명복과 극락왕생을 서원합니다. BBS 불교방송이 마련한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여기서 마칩니다. 박경수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8/23(일) 제1.. 더보기 한국 민주주의의 큰별이 지다 한국 민주주의의 큰 별이 졌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거목이 스러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늘 오후 눈을 감은 것입니다.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는 세인들의 기대와 바람을 뒤로 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통일을 향한 김 전 대통령의 족적은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남을 것입니다. 반세기에 걸친 정치역정이 그러했듯 한국의 민주주의와 남북 평화라는 한반도 역사와 함께 할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수식어는 국민들 마음에 오롯이 남아, 21세기 대한민국의 도약을 지켜볼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불교방송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극락왕생을 서원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특집방송 여기까지입니다. 박경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8월.. 더보기 <취재수첩>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열변을 토한 이유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난 건 이번이 세번째였다. 대통령 탄핵 후폭풍에 시달린 2004년 4월 총선 당시 부천, 도지사 취임 1년이 되던 2007년 7월 수원 그리고 지난 16일 과천의 한 음식점에서였다. 정치부 기자로 또 뉴스 앵커로 만날 때와는 핵심 현안이 달랐지만 소신을 갖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이번에는 국토해양부 출입기자 전체와의 만남이어서 경기도의 역점과제인 GTX 즉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문적인 영역은 주변 스텝의 도움을 받았지만 3시간 가까이 만남을 주도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옆에서 김 지사의 발언을 정리하던 기자의 손이 떨릴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GTX의 당위성과 현실성, 문제점에 대한 평가를 떠나 열의에 찬 광역단체장의 모습은 주목을 .. 더보기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조각(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부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늘 서거했습니다. 퇴임한지 불과 1년 3개월, 자신의 고향인 봉하마을 뒷산에서 투신, 자살의 길을 택했습니다. 고졸 출신의 인권변호사, 전직 대통령에게 명패를 던졌던 용기있는 국회의원, 국민참여경선을 거친 첫 대선후보, 헌정사상 입법부로부터 처음 탄핵을 받았던 대통령, 퇴임후 낙향을 한 첫 국가원수... 그에게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던 숱한 파격은 결국 파격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조각”이라는 유서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BBS ‘뉴스특보’를 마칩니다. 박경수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