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 음악회'에 빠진 9월의 금요일 밤
"한강변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더군다나 20년 가까이 수준높은 연주가 계속돼왔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양화진 음악회'에 대한 얘기예요. 9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밝힌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아코디언. 커튼콜이 그치지않았어요."



양화진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아코디언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절을 제외하고 해마다 봄, 가을 두번씩 열렸다고 하네요. 지난 2008년 시작돼 올 가을이 27회째예요. 여기에는 독일 뮌헨 국립음대 교수인 이미경 바이올리니스트의 재능기부와 네트워크가 한몫을 했지요. 올해 처음 함께 한 에또레 카우자 비올리스트(이탈리안 미 예일음대 교수), 마티아스 뷀(독일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슬라브 코쇼카루(몰도바 아코디언 연주자) 등도 모두 이 교수의 인맥이예요. 특히 수준높은 실력과 혼신의 열정은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모인 청중들을 열광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현악기 음색이 아름답다는 것과 함께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특히 비올라의 음색이 인상적이었지요. 모차르트가 비올라를 좋아한 이유가 전해졌어요. 아코디언을 들으면서는 뭔가 푸근했고요."

공익(公益)을 위한 노력들
"격조있는 음악회가 시작될 수 있었던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어요. 지난 2005년 외국인 선교사 묘역 옆에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교회가 건립됐기 때문이예요. 교회터가 구유지여서 마포구의 지원이 절실했는데, 당시 구청장이 숙부님(박홍섭 전 구청장)이셨던거죠. 역사유적지 보존은 숙부님의 지론이예요. 특히 우리 근대사의 굴곡과 아픔이 담겨있는 양화진은 역사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제대로 보존돼야할 마포의 귀한 유산이었던거지요. 음악회가 끝난 뒤 리셉션에서, 100주년 기념재단 김경래 이사장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숙부님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않으셨어요. 공개적으로 얘기하셨으니까요. 숙부님은 당시 이재철 목사님 얘기를 제게 해주셨죠. 은퇴하고 경남 거창에 계시다고 하는데, 그리워하시는거 같애요."

모차르트의 비올라만큼 깊은 양화진(楊花津)의 역사
"저는 음악회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수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게된 것이죠. 김훈 선생의 <흑산>에서 시작된 양화진에 대한 관심이 어느덧 결실을 향해 가고 있는 듯 싶네요. 당산철교 아래 음침했던 양화진은 모차르트의 비올라만큼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