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널, 박경수입니다"

'양화진 음악회'에 빠진 9월의 금요일 밤

마포의 아들 2024. 9. 29. 02:05

"한강변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어요. 더군다나 20년 가까이 수준높은 연주가 계속돼왔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지요. '양화진 음악회'에 대한 얘기예요. 9월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밝힌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아코디언. 커튼콜이 그치지않았어요."

<양화진 음악회>의 프롤로그
이미경 교수(바이올린) & 에또레 카우자 교수(비올라)
마티아스 뷀(바이올린) & 블라디슬라브 코쇼카루(아코디언)

 

 

양화진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아코디언

"코로나가 극심했던 시절을 제외하고 해마다 봄, 가을 두번씩 열렸다고 하네요. 지난 2008년 시작돼 올 가을이 27회째예요. 여기에는 독일 뮌헨 국립음대 교수인 이미경 바이올리니스트의 재능기부와 네트워크가 한몫을 했지요. 올해 처음 함께 한 에또레 카우자 비올리스트(이탈리안 미 예일음대 교수), 마티아스 뷀(독일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슬라브 코쇼카루(몰도바 아코디언 연주자) 등도 모두 이 교수의 인맥이예요. 특히 수준높은 실력과 혼신의 열정은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모인 청중들을 열광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현악기 음색이 아름답다는 것과 함께 비올라가 바이올린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특히 비올라의 음색이 인상적이었지요. 모차르트가 비올라를 좋아한 이유가 전해졌어요. 아코디언을 들으면서는 뭔가 푸근했고요."

 

 

 

공익(公益)을 위한 노력들

"격조있는 음악회가 시작될 수 있었던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어요. 지난 2005년 외국인 선교사 묘역 옆에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교회가 건립됐기 때문이예요. 교회터가 구유지여서 마포구의 지원이 절실했는데, 당시 구청장이 숙부님(박홍섭 전 구청장)이셨던거죠. 역사유적지 보존은 숙부님의 지론이예요. 특히 우리 근대사의 굴곡과 아픔이 담겨있는 양화진은 역사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제대로 보존돼야할 마포의 귀한 유산이었던거지요. 음악회가 끝난 뒤 리셉션에서, 100주년 기념재단 김경래 이사장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숙부님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않으셨어요. 공개적으로 얘기하셨으니까요. 숙부님은 당시 이재철 목사님 얘기를 제게 해주셨죠. 은퇴하고 경남 거창에 계시다고 하는데, 그리워하시는거 같애요."

김경래 이사장님과 숙부님(박홍섭 전 마포구청장), 강요섭 목사

 

 

모차르트의 비올라만큼 깊은 양화진(楊花津)의 역사

"저는 음악회가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요. 수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외국인 선교사 묘원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게된 것이죠. 김훈 선생의 <흑산>에서 시작된 양화진에 대한 관심이 어느덧 결실을 향해 가고 있는 듯 싶네요. 당산철교 아래 음침했던 양화진은 모차르트의 비올라만큼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양화진 음악회>의 에필로그는 수많은 관객들이었어요^^